티스토리 뷰
목차
천년 사찰 고운사, 화마에 무너지다
2025년 3월 25일 오후 4시 50분,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 고운사가 산불로 인해 전소되었습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인 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이자 경북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사찰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고, 문화재적 측면에서도 수많은 유형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었기에 이번 화재는 그 의미와 피해가 결코 작지 않은 사건으로 여겨집니다.
고운사 전각은 빠르게 번진 산불에 의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결국 전소되었다고 산림당국은 밝혔습니다.
다행히도 사찰에 있던 스님들과 관계자들은 이미 산불 확산 징후를 인지하고 인근 안동 봉정사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하였으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찰이 위치한 단촌면에는 화재 직전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불이 고운사에 도달하기 전 대부분의 인원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사찰의 유산, 산불 이전에 긴급 이송되다
산불이 발생하기 전, 고운사에서는 국가유산청과 문화재청, 사찰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주요 문화재를 신속히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물 제246호인 석조여래좌상은 방염포를 씌운 뒤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으로 이송되었으며, 대웅보전 석가모니후불탱화와 같은 중요 불화들도 함께 보호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고운사에 보관되어 있던 다양한 불상, 불화, 고문서, 현판 등도 경북 각지에 마련된 수장고나 타 사찰로 옮겨졌습니다.
일부 문화유산은 의성 조문국박물관으로 이관되었으며, 이송된 유물은 모두 사전 관리 및 보존 처리를 거쳐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산불이 고운사 경내로 번지기 전, 국가유산청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화재 보호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불길이 고운사 경계까지 접근했던 시점은 전날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찰 측은 24일 오후부터 불상, 책, 목판 등 비지정 동산 유물들을 차례로 분류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작업에 착수하였고, 그 결과 대부분의 중요 유물은 화재 피해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의성과 안동을 넘어 청송까지…확산되는 산불 피해
고운사 화재는 단순히 한 사찰의 소실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산불은 경북 의성 안평면에서 처음 발생하여 안계면과 안동 길안면, 풍천면을 거쳐 청송군까지 확산되었으며,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 면적은 1만 2천 헥타르가 넘으며, 이는 역대 세 번째로 큰 산불 규모에 해당합니다.
특히 산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10킬로미터 앞까지 접근한 상황이며, 병산서원 인근에는 소방차와 헬기가 배치되어 혹시 모를 불씨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하회마을 내부에는 미리 물을 뿌려 초가 건물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방화 조치가 이루어졌고, 시민들에게는 반복적인 재난 문자를 통해 긴급 대피 지침이 전달되었습니다.
산불 진화에는 산림청과 소방당국, 군 병력 등 총 3,700여 명의 인력과 70여 대의 헬기, 500여 대의 진화 장비가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 그리고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인해 진화 작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
이번 고운사 산불 사례는 문화유산이 재난 앞에서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축물은 불에 타 없어질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정수는 후대에 반드시 전승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이번처럼 산불이 예고되었을 때 신속하고 체계적인 문화재 이송 조치를 취한 것은 국가유산 관리의 모범 사례로 남을 수 있습니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은 단순한 전시나 보관이 아니라, 자연재해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고운사 사례를 계기로 문화재청과 산림청 등 관계기관은 향후 산불 대응 매뉴얼에 문화재 보호 항목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운사의 복원과 문화재 회복, 그다음 이야기
전소된 고운사의 복원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향후 복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복원이 단순한 건축물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사찰 고유의 문화적 맥락과 상징성까지 되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재난에 대비해 지역별 문화재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위험 지역에 있는 사찰이나 문화재 시설에 대해 주기적인 안전 점검과 대피 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 앞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켜내려는 노력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고운사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깃들었던 정신과 가치는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연대와 노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인식을 더 깊이 새기고, 더 나은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산업지표 ‘트리플 증가’…회복 신호일까, 착시일까? (0) | 2025.03.31 |
---|---|
고양 임대아파트의 비극…홀로 숨진 60대 여성, 청테이프의 정체는? (0) | 2025.03.27 |
라라 커밍아웃 고백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팬들에게 전한 진심 (0) | 2025.03.25 |
문신만으로 갱단원? 베네수엘라 추방 작전에 쏟아진 의혹과 반박 (0) | 2025.03.24 |
"나와의 싸움이에요" 김채연, 피겨 세계 선수권 도전기 (0) | 2025.03.23 |